지난 봄, 우리집 처마 밑에 말버얼들이 멋진 무늬의 커어다랗고 둥근 집을 지었습니다(아래 사진).  그러나 늦가을에 가아말려고 그냥 놓아두고 있었습니다. 알아 보니 이 버얼은 '털보말버얼'인데 이놈들 집은 둥근 껍질 안에 여섯모꼴 방이 빼곡한 보통 모양의 버얼집이 여러 켜로 되어 있는 얼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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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처마 밑의 털보말버얼 집: 김 현태*님이 이 집에 들렀을 때 찍어 자신의 카페 '한국의 양서 파충류( http://cafe.naver.com/yangpakor )'에 올리신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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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버얼집을 떼엘 무렵에는 파수버얼들이 사진보다 훨씬 마않이 늘어나 있었습니다.)

두어 달 전에 마당 양쪽 처마(몸채와 헛간 사이에 마당이 있음)에 걸쳐 쳐 놓았던 햇볕 가리개가 있었습니다. 한 열흘 쯤 전(2011.8.26)의 일입니다. 날씨가 조금 선선해진다 싶어 그 햇볕 가리개를 걷어 내었습니다. 그러고 나자 말버얼들이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마당에서 일을 하는 데 말버얼 한 마리가 내 머리 둘레를 붕붕 거리며 도올다가 뒤통수에 달라붙길래 부리나케 머리를 터얼었더니 땅에 떨어졌습니다. 물론 밟아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되풀이 되었습니다. 내 머리에 달라붙어 머리털을 파고 들다가 죽은 놈들이 서너 마리입니다. 다행이 쏘오이지는 않았습니다. 쏘오일까봐 머리에 달라붙자마자 터얼어서 죽였으니까요.

왜 갑자기 말버얼들이 덤비는지 앞뒤를 따져보니 햇볕 가리개를 걷어치운 것이 말버얼들의 신경을 건드린 것 같더군요. 말버얼들이 제놈들 집으로 드나드는 길목에 햇볕 가리개가 있었기에 그것을 제놈들 집에 이어진 것, 그러니까 제놈들 것으로 여겼나 봅니다. 그것을 걷어치운 것을 곧 제놈들 것을 허문 것이라 여겨 그 자리에 있던 내게 덤빈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 더는 말버얼들과 함께 지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말버얼집을 없애 버려야 하겠는데 이런 공 같은 말버얼집은 떼에 본 적이 없습니다. 그물누리를 뒤져보니 커다란 공같은 말버얼집을 없애버리는 데에는 몇 가지 수가 있지만, 어떤 수든 가장 종요로운 것은 말버얼이 떼로 덤벼도 쏘오이거나 물릴 비인틈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말버얼집 거죽에 파수버얼이 한두 마리 밖에 없을 때에는 놈들의 나들구멍을 미리 알아 두었다가 솜이나 물에 적신 화장지로 날래게 구멍을 틀어 막고 미리 채비해 둔 비닐 따위로 버얼집을 뒤집어씌운 뒤 조심스럽게 버얼집을 떼에어 비닐에 담아 아구리를 묶어 얼리면 됩니다. 말버얼들이 비닐 안에 갇혀 있어도, 사알아 있고 때길이가 넉넉하면 비닐을 물어뜯고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버얼집 겉에 파수버얼이 마않을 때는 불대(토치램프)로 파수버얼들과 집을 태워 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이 수는 자칫하다가 불을 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또한 아까운 버얼집을 모옷쓰게 만들기 쉽습니다.

또다른 수는 뿜는 벌레약으로 말버얼을 죽이거나 쫓은 뒤 말버얼집을 떼에는 것입니다. 겉에 붙어 있는 놈들 뿐 아니라 안에 있는 놈들을 죽이기 위해서 나들구멍 안으로 약을 뿜어 너엏어야 합니다. 물론 그러면 그 버얼집은 모옷쓰고 버려야겠지요.

말버얼집이 몸에 좋은 약이기에 되도록이면 벌레약을 치거나 불로 태우지 말고 고스란히 따는 수가 가장 좋습니다. 파수꾼 놈들을 연기로 쫓아 내고 따면, 말버얼집을 약으로 쓸 수 있습니다. 또한 밤에는 움직임이 둔하다고 합니다.

나는 그날 밤에 말버얼집을 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참일 어려운 일은 버얼집에 비닐을 뒤집어씌우는 지잇, 그리고 그 뒤에 버얼집을 떼에는 지잇입니다. 이놈들이 버얼집 거죽에 여러 마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버얼집이 꼭대기만 붙어 매애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처마 밑에 있는 세에 가닥 전깃줄을 가암싸고 있습니다. 그러니 비닐로 그 집을 다아 뒤집어씌워 떼엘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비닐로 씌우고 떼엘 때 꽤 여러마리가 덤벼들 듯하더군요. 그래도 무장을 단단히 했으니 몇 마리 쯤은 괜찮으리라 여겼습니다.

드디어 밤 10시 반에 비옷을 입고 페인트 장갑을 끼고 소매는 스카치 테이프로 장갑 목과 붙여 버렸고(버얼이 소매 소옥으로 들어오지 모옷하도록) 머리에는 밀집모자 위에 양파망을 뒤집어 쓰고 양파망을 목 쪽에서 졸라 맸습니다^^.
손전등과 비닐과 칼(버얼집을 떼에는 데 필요)과 걸상을 들고 말버얼집 밑에 섰습니다. 버얼집에 불을 비춰 보니 말버얼들이 집 거죽에 다닥다닥 붙어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걸상을 놓으려고 보니 나무기둥 따위가 밑에 어지러이 쌓여 있어서 그것들을 치웠습니다. 물론 버얼집 밑에서 손전등을 비추며 일을 하므로 조금 겁이 났지만 채비를 단단히 했기 때문에 괜찮으리라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드디어 걸상에 오르려고 버얼집을 비춰 보니, 버얼들이 이미 거의 다아 깨어나 날아 덤빌 듯이 붕붕 거리는 데 그 소리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그냥 비닐을 씌우려 했다가는 버얼떼가 모두 덤벼들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채비를 잘 했더라도 말버얼이 떼거리로 덤비면 몇 마리는 생각 모옷한 틈으로 비이집고 들어오거나 장갑이나 비옷을 뚫고 쏘올 수도 있겠다 싶어 한 발 물러서기로 했습니다. 후우~

버얼집 반대 쪽에 있는 뒤잇간 옆에서 손전등을 켜 둔 채 오줌통(모아 뒀다 텃밭 거름으로 씀)에 오줌을 누고 도올아오려는 데 오른쪽 귀 밑에서 붕붕 말버얼 소리가 들립니다. 깜짝놀라 손을 휘저었는데 소리가 안 들립니다. 달아난 것 같지는 않는데... 어째 느낌이 야릇했습니다. 아무래도 목에 들러붙은 듯하여 서둘러 거실로 도올아와 밝은 불빛 밑에서 살펴 보았지만 말버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 본능은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요. 서둘러 스카치 테이프 붙인 장갑을 어렵사리 벗어 버리고 팔을 터니 비옷 소매 소옥에서 말버얼 한 마리가 떨어져 나왔습니다(비옷 소옥에는 반팔 티를 입고 있었음). 어떻게 놈이 비옷 소옥에까지 들어왔을까? 참으로 무서운 놈입니다.

이런 일을 겪자 그날 밤은 말버얼집을 떼엘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물누리를 뒤져 말버얼집을 어떻게 떼에는지 살펴 보았지만 파수버얼이 저렇게 마않이 붙어 있는 말버얼집을 약이나 불대를 안 쓰고 떼 내는 모습은 모옷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깜깜한 밤보다는 새벽 어스름 즈음에 하는 것이 나앗다고 아퀴 지었습니다. 달도 없는 밤이라 너무 깜깜하여 손전등을 비춰야 하는데 놈들이 빛을 보면 되응을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새벽 어스름 무렵 잠에서 깨앴지만 잠이 모자라 일어나기가 싫더군요. 몇 번 뒤치락대다 보니 날이 밝고 말았습니다. 늦었지만 그래도 해가 뜨기 전에 일을 가아말아야겠다 싶어 힘겹게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밤보다도 더 철저히 채비를 하였습니다.  바지도 겨울 운동복을 입고 비옷 소옥 윗도리도 긴팔옷을 입었습니다. 손에는 부엌에서 쓰는 고무장갑을 끼고 그 겉에 페인트 목장갑을 꼈습니다. 비옷 소매는 고무줄로 묶었으며 양파망 아구리도 목 둘레에서 틈이 나지 않게 다른 비닐옷을 입었습니다.

나름대로 철저히 채비를 하고 다시 버얼집 밑에 섰습니다. 이미 날이 밝았기에 파수버얼 놈들 움직임이 꽤 날랬습니다. 저 꼴됨새에서 비닐을 뒤집어씌우는 일이 역시 무리이겠다 싶습니다. 다시 물러나서 큰 깡통에다 불쏘시개를 넣고 불을 지핀 뒤에 벌집 밑에 놓고 연기를 피웠습니다. 연기가 뭉게뭉게 올라 버얼집을 휩싸니 파수버얼들이 모두 날아 올라 지붕 위에서 어쩔줄 모르고 매앰도올고 있습니다.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없다 마음먹고 걸상에 올라 버얼집을, 가지고 간 김치 담금용 큰 비닐로 날래게 뒤집어 씌웠습니다. 물론 전깃줄에 걸려 반 가까이는 남았습니다. 이제는 멈출 수 없습니다. 서둘러 손으로 버얼집을 떼에어 내기를 비롯하였는데 짐작대로 쉬입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그냥 부수다시피하여 떼에어 비닐 소옥에 다암고 있는데 손가락 하나가 크게 따끔하였습니다. 버얼집 소옥에 있던 버얼이 목장갑과 고무장갑을 뚫고 쏘온 것입니다. 손가락에 한 방만 쏘오인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여기서 머뭇거리면 더 쏘오일 수 있기 때문에 아픔을 무릅쓰고 서둘러 하다보니 버얼집을 깨끗이 떼에어 내지는 모옷하였습니다.

버얼집을 냉동실에 너엏어 두고 다시 버얼집 자리에 가보니 어떤 놈들은 부서진 버얼집에 붙어 있고 어떤 놈들은 둘레를 날아 다니고 있었습니다. 남은 버얼집은 약으로 쓸 것은 포기하고 나머지 놈들과 버얼집에 에프킬라를 뿌려댔습니다. 약을 곧장 맞은 놈들은 떨어지고 비껴 맞은 놈들은 달아났습니다. 남은 버얼집을 마져 떼에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에프킬라를 피해 달아났던 버얼들이 다시 도올아 옵니다. 왼손에는 에프킬라 오른 손에는 파리채를 들고 있다가 여러 마리가 몰려와 위험하다 싶으면 에프킬라를, 한두 마리이면 파리채로 때려 잡았습니다. 한동안 그 지잇을 하니 말버얼들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겨울옷 위에 비옷을 입고 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고 싸움을 했으니 온 몸은 땀 범벅입니다. 더구나 그날은 여러 어섯(분야)의 짐승 조사원들과 어떤 섬의 짐승들을 살펴 보기로 한 날이었기에 말버얼과 더 오래 싸울 수 없었습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섬으로 떠났습니다(짐승 살피기는 글쓴이의 일은 아니고 부탁을 받아 짬일로 하였음).

...
섬 조사를 마치고 도올아오니 캄캄한 밤이 되었습니다. 말버얼집이 있던 자리를 손전등으로 비춰보니 아직도 꽤 여러 마리가 붙어 있습니다. 또 에프킬라를 뿌려댔습니다. 이제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아직도 한 마리가 붙어 있습니다. 갈 곳 없던 놈이 그래도 제 집이 있던 자리, 제 가족들, 제 동무들이 함께 했던 곳이라고 죽음을 무릅쓰고 도올아와 붙어 있는 모습을 보니... 놈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사람에게는 위험한 놈이라 파리채로 마저 가아말았(처리했)습니다.

이렇게 말버얼집을 떼에고 말버얼과의 싸움을 끝냈습니다. 말버얼과 말버얼집은 몸에 참 좋은 약이랍니다. 지금은 냉동실에 넣어 둔 말버얼집을 어떻게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