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수/한겨레

친구끼리 점심 먹으러 가면서 주고받는 말. “오늘 점심 내가 살게[살께].” “아니야, 내가 사지.” “그러지 말게. 내가 사겠다니깐.”

위 글에서, “그러지 말게”의 ‘-게’는 ‘하게체’ 말씨에서 시킴을 나타내는 맺음끝이다. “잘 가게” “잘 살게”, “이리 앉게[안께]”의 ‘-게’와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가 살게[살께]”의 ‘-ㄹ게’는 ‘사다’의 말줄기에 붙어, 음식을 사겠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끝이다. “다시 올게[올께]”, “사 줄게[줄께]”에서처럼, 해라체나 해체 말씨에서 자기가 어떻게 할 뜻이나 약속을 나타내는 맺음끝이다.

전날에는 ‘-ㄹ게’를 소리나는 대로 ‘-ㄹ께’로 적어 ‘-게’와 구분해 오던 것인데, 1988년 맞춤법에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ㄹ게’로 바꾸었다. 북에서도 ‘-ㄹ게’로 쓴다. 그러다 보니 위 보기에서처럼 두 가지의 적기가 헷갈리게 되었다. 실질 형태소와는 달리 이런 말끝은 종래 익어진 대로 ‘-ㄹ께’로 두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된소리대로 적기를 인정한, 물음 맺음끝 ‘-ㄹ까, -ㄹ꼬, -ㄹ쏘냐’처럼 말이다. 이런 말끝 적기도 남북이 다르다. 북에서는 된소리로 적지 않고, ‘-ㄹ가, -ㄹ고, -ㄹ소냐’로 적고 발음은 된소리로 한다.

요즘 우리말 적기에서 앞질러 가는 보기에 이런 것이 있다. 입말에 잘 쓰는 ‘것’의 줄어진 말 ‘거’를 ‘꺼’로 적는 경우다. ‘사랑을 할 거야’로 적을 걸 ‘사랑을 할꺼야’로 적은 텔레비전 드라마 제목이 있었다. ‘-ㄹ꺼야’를 맺음끝처럼 썼다. 그러나, ‘네 거(것) 내 거(것)’, ‘좋은 거(것)’, ‘마음에 들 거야(것이야)’처럼 아직은 ‘거’로, 띄어 써야 한다. 말·글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맡아보는 기관에서 길잡이 노릇을 잘해 주기 바란다.

조-재수/사전편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