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한겨레

“말이 씨가 된다”는 얘기는 주로 ‘삼가자’는 뜻으로 쓰지만 ‘참’에 가까운 판단이다. 생각이 말을 낳고 행동을 일으키며, 그 말이 새끼를 치니 썩 자연스럽기도 하다. 한편, 그런 ‘씨’와 달리 쓰이는 경우가 있다. ‘새·매’와 함께 ‘됨됨이나 상태, 정도’를 나타내는 뒷가지로 쓰일 때다.

“솜씨·발씨·마음씨·눈씨·말씨·글씨·날씨 …”에서 그 독특한 쓰임을 보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정도로는 모자라 새 말을 지어낸다는 점이다. ‘맵씨·몸씨’가 자주 보이고, 나아가 ‘머리씨·귀씨·코씨·낌씨’도 생각·슬기, 소리를 구별하는 음감, 냄새 감각, 느낌의 정도를 나타내는 말로 못 쓸 게 무어냐는 것이다.

여기서 ‘맵씨’는 ‘맵시’로 굳어져 글맵시·옷맵시·머리맵시 들로 쓰인다. 맵시와 비슷한 말로 ‘매무새·매무시’가 있는데, ‘매뭇다’ 곧 ‘매다’의 ‘매’와 ‘뭇다’의 ‘뭇’에 ‘애·이’가 합친 말로 갈라 볼 수 있겠다. ‘솜씨’의 ‘솜’은 ‘손+ㅄ+ㅡ+이, 손+ㅄㅣ’였는데, ㄴ과 ㅂ이 어울려 받침 ㅁ, 곧 ‘솜’으로 변했다는 풀이가 있고, 평안사투리에는 본디 모습인 ‘손씨’가 남아 쓰인다. 맛이나 냄새를 내는 작은 알갱이라면 이는 ‘맛씨·냄씨’가 될 수 있겠다.

흔히 여성의 덕목으로 들추는 ‘맵씨·말씨·솜씨/맘씨’(3씨) ‘몸씨·마음씨·말씨·맵씨’(4씨)에서 ‘맵씨’는 ‘소리’와 글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다.

“본새·모양새·생김새·차림새·꾸밈새·붙임새·짜임새·낌새·추임새·먹음새 …” 들로 보아 뒷가지 ‘새’는 쓰임새가 ‘씨’보다 활발하다.

‘매’는 ‘맵시’와 같은 말로 다루는데, ‘몸매·눈매·입매·허릿매·이음매 …’ 들이 있으니 ‘손매·귓매·젖매·걸음매·말매’ 들도 때로는 부려쓸 수 있겠다.


최-인호/교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