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이’라는 말에는 떨어져 있는 공간, 시간적인 동안에다 사귐의 관계를 나타내는 뜻들이 들어 있다. ‘하늘과 땅 사이’, ‘며칠 사이’, ‘사랑하는 사이’ 같은 쓰임새에서 알 수 있다. ‘틈·짬·동안’ 들에도 공간성과 시간성의 뜻이 함께 들어 있다. 바빠서 내지 못하는 짬은 ‘겨를’(시간)이고, 돌짬·바위짬 따위의 짬은 물체에 난 ‘틈’(공간)이다. 한참 동안은 시간적인 사이를, “사람들이 차차로 동안을 좁히어 들어온다. 사슴은 …”(홍명희)에서 ‘동안’은 공간적인 사이를 나타낸다. 이처럼 공간·시간성이 함께 들어 있는 말들이 꽤 있다. 무한한 시·공을 아우르는 뭇누리 속의 현상이라 그런 것일까?

사이를 두고 움직이거나 나타나는 모양에 관한 낱말도 꽤 있다. ‘자주·이따금·때때로·가끔·짬짬이’ 같은 말은 시간의 사이를 두고 행동하는 모양을 나타낸다. ‘드문드문, 띄엄띄엄(북:띠염띠염·띄염띄염), 틈틈이’는 시·공 두루 사이를 두고 하는 행동과 상태를 나타낸다. 그러고 보면 딱히, 공간적 사이만을 일컫는 말은 흔치 않아 보인다. ‘듬성듬성’ 정도가 생각난다.

북녘 말에 ‘가담가담’과 ‘도간도간·두간두간’이 있다. *이따금 기슭을 치는 물결 소리가 ‘가담가담’ 들려올 뿐 사위는 고요하다.(김현구·‘리순신’·북) *나는 들국화가 ‘가담가담’ 핀 수림 속 공지에 이르러서야 ….(윤림호·‘산의 사랑’·중) *놀이터에서 어린것들이 셈을 세는 소리가 ‘도간도간’ 들려 온다/ 희끗희끗한 봇나무들이 ‘두간두간’ 보이는 펑퍼짐한 골짜기에 ….(이상, 북·‘대사전’) 이 말들도 그 쓰임에서 알 수 있듯, 시간적으로 ‘이따금, 때때로’와 공간적으로 ‘여기저기, 띄엄띄엄’에 해당하는 뜻을 함께 지니고 있다. 새겨 둘 만한 말들이다.

조-재수/사전편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