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 [한겨레 2005-02-10 18:00]  

프랑스 사람들은 ‘으뜸소리’를 굳게 지킨다. 로마자나 한글이나 소리글자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로마자를 쓰는 프랑스 사람들은 ‘Descartes’라고 적고 ‘데카르트’라고 소리 내어서 읽고 말한다. 소리나는 대로 적고 말하지 아니한다. 세계 인류가 대체로 프랑스 식을 따르고 있다.

이와는 달리 말을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고 하는 나라는 남배달뿐이다. 북배달이 공산주의와 독재적 정치제도를 채택해 나라를 꾸려오다 배가 고파서 굶어나기에 이르렀으나, 1960년대 이후 으뜸소리를 굳게 지키는 방식을 채택했기에 말글살이에서 고통을 받는 사람이 별로 없다. 북배달이 말글살이에서는 바르고 깨끗하게 되어서 북배달 말사전에서는 일본말 찌기들이 거의 들어가지 아니했다. 북배달 말사전에는 ‘경술국치’가 들어 있고, ‘국치일’이 8월29일로 바르게 기록되어 있다.

남배달에서는 “무슨 말이든지 뜻이 통하면 된다”고 하고는 “내가 하는 말이 표준이다. 내가 하는 말을 사용하라”고 했던 독단적 학자가 있었다.

그 사람이 ‘소고기’를 ‘쇠고기’라고 했다. ‘쇠고기’라고 하면 ‘철사 고기’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내가 어릴 때 ‘소고기’를 ‘쇠고기’라고 했다. 그러니 모두 ‘쇠고기’로 통일해야 한다”고 했다. ‘염소고기’는 왜 ‘염쇠고기’로 하지 아니하느냐고 물었더니 답을 하지 못하고 그가 세상을 떠났다.

‘소’라는 으뜸말을 흔들면 안 된다. 세상 일은 대체로 옳은 쪽으로 나아가게 된다. 누구나 공부를 하여 글자를 모르는 이가 없게 되면서 ‘쇠고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표준말이 둘이나 되었다.

려-증동/경상대 명예교수·배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