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4.30)

- 이제는 머릿소리법칙에서 벗어나야 할 때 -

 

    북한·의 룡천·에서 끔찍하게도 큰 일이 터져서 많은 우리 겨레붙이들이 숨지거나 크게 다쳤습니다. 더욱이 어린이들이 많이 숨지고 다쳤는데, 북한·에서는 의료 장비 따위가 턱없이 모자라 치료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답니다. 다행히 우리 남한·을 비롯한 여러 나라 많은 이들이 가슴아파하며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이들을 하나님·께서 기억해 주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수선한 가운데, 남한· 언론에서는 룡천·을 어떻게 적고 어떻게 소리내야 하는지 갈피를 못잡고 있습니다. 참 딱한 일입니다. 어디 저 아프리카·나 유럽· 또는 남-아메리카· 따위에 있는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어떤 고장 이름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데, 이것은 한겨레가 살고 있는 북한·의 고장 이름을 아직도 한결같게 쓰지 못하는 남한-말이라니,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언론마다 어떻게 쓰는지 대충 훑어 보았습니다.

    ▶ `용천'으로 적는 데:
    엠비씨, 에스비에스, 한겨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프레시안, 국민일보
    ※ 한겨레·에서는 4월26일 까지는 `룡천'으로 적다가 4월 27부터 `용천'으로 적고 있음.

    ▶ `용천'과 `룡천'을 섞어 적는 데:
    경향신문: 이산가족을 위한 주소에는 `룡천', 뉴스에서는 `용천'으로 적었음.
    한국일보: 같은 날 기사에 `룡천'과 `용천'이 뒤범벅.
    전자신문: 팻말(제목)은 `용천주민돕기에 인터넷업체들 발벗고 나서'로 `용천'이라고 적었는데, 속내에서는 `룡천'이라고 적었음.

    ▶ `룡천'으로만 적는 데:
    케이비에스(소리로는 `용천'),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브레이크뉴스, 미디어다음

    이렇게 뒤죽박죽된 까닭을 남북갈림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슬픈 일 가운데 하나로 여기는 이도 있습니다만, 참일은 남한·의 맞춤법이 엉터리인 까닭입니다. 그것을 남북갈림으로 떠넘기는 것은 뭘 모르는 짓이거나 비겁한 짓입니다. 남한·의 말글규범을 매기는 권한을 가진 국립-국어연구원·은 `용천'이라 쓰는 것이 알맞다고 했습니다. 다음은 `용천/룡천' 적기에 대한 국립-국어연구원·의 4월26일자 답글입니다.

    "우리나라 언론 매체들에서 북한 지명 '용천'과 '룡천'을 둘 다 쓰는데, 적절한 표기는 '용천'입니다. 다만 북한과의 교류가 빈번해짐에 따라 북측과 선언문이라든지 계약서 따위를 작성할 때에는 북측의 고유 명칭을 존중해서 써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북측 고유 명칭에 대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더 정확히 전달하려는 태도 혹은 현지 명칭을 존중하려는 태도가 작용하여 언론에서는 '룡천'이라고 표기한다고 짐작이 됩니다.

     

       그러나 텔레비전의 자막이나 신문 기사에서는 처음 제시할 때에만 용천(북한식 표기로는 룡천)과 같이 괄호 안에 병기하고 나머지는 용천으로만 적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어문 규범을 존중하는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룡천'이 북한식 표기임을 암시하는 뜻으로 작은따옴표라도 보조 기호로 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대한민국)의 언론은 우리나라의 어문 규범(구체적으로는 한글맞춤법 두음법칙 관련 조항)을 준수하여야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

    이 국립-국어연구원·의 답글은 머릿소리법칙이 참일은 `법칙'일 수 없음을 곧은불림(고백)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법칙'이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범'인데, 이 답글(특히 굵은 글꼴)에 따르면 일됨새에 따라서는 지킬 수 없음을 그럼(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문제의 바탈을 똑바로 살펴 봅시다. 한글맞춤법에서 `머릿소리법칙'에 얽힌 조항은 다음 세 개입니다(묶음표 안은 글쓴이가 넣은 것).

    제10항 한자음(한자소리) '녀, 뇨, 뉴, 니'가 단어(낱말)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머릿소리) 법칙에 따라 '여, 요, 유, 이'로 적는다.

    제11항 한자음(한자소리) '랴, 려, 례, 료, 류, 리'가 단어(낱말)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머릿소리) 법칙에 따라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

    제12항 한자음(한자소리) '라, 래, 로, 뢰, 루, 르'가 단어(낱말)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머릿소리) 법칙에 따라 '나, 내, 노, 뇌, 누, 느'로 적는다.

    한글 맞춤법 제11 항 [붙임 3]을 보면 '국련(국제연합), 대한교련(대한교육연합회)'과 같이 준말에서 제소리(본음)대로 나는 것은 제소리대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몇 낱말로 이루어진 말이 줄어서 한 낱말로 여겨지는 것은, 뒤 한자의 소리를 제소리대로 적어야 하며, 이 때 뒤의 한자말은 한 낱말이 아니기 때문에, 머릿소리법칙에 맞출 수 없어서 `국련, 대한교련'과 같이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보기는 다음 보기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두 낱말) → 민로당(한 낱말로 여겨짐)
    자유민주연합(세 낱말) → 자민련(한 낱말로 여겨짐)
    남자여자 → 남녀(한 낱말로 여겨짐)

    그런데, `신녀성, 남존녀비'은 머릿소리법칙에 따라 `신여성, 남존여비'로 적어야 한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리/류'씨 성은 머릿소리법칙에 따라 `이/유'로 적어야 하는지 홀이름씨의 특징을 살려 `리/류'로 적어야 하는지 헷갈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물론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이/유'로 적어야 합니다. 불행 중 다행은 한글맞춤법 제11항 [붙임 2]에는 외자로 된 이름을 성에 붙여 쓸 경우 제소리(본음)대로 적을 수 있다 하며 다음의 보기를 들었습니다.

    신립(申砬) 최린(崔麟) 채륜(蔡倫) 하륜(河崙)

    그렇다면 외자 이름이 아닌 경우, 보기로 `신-립도(申砬道), 최-린도(崔麟道), 채-륜도(蔡倫道), 하-륜도(河崙道)'는 제소리대로 적지 못하고, `신입도, 최인도, 채윤도, 하윤도' 따위로 머릿소리법칙에 따라 적어야 한다는 말인 듯한데, 참 어지러운 규정입니다.

 

    문제의 바탈은, 저 위에서도 살짝 꺼낸 얘기지만, `머릿소리바꿈(두음화)'이 법칙이 될 수 없음에도 억지로 법칙이라고 못박은 데 있습니다. 왜 한자말 소리에만 이러한 것을 법칙으로 못박았습니까? 그것을 참말로 법칙으로 내걸어야 하는 것이라면 서양-들온말에도 그 잣대를 대야 합니다. `뉴스, 라디오, 리어카, 리본'이 아니라 `유스, 나디오, 이어카, 이본' 따위로 말입니다. 그리고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가 `녀, 뇨, 리, 로, ...' 따위를 제대로 소리낼 수 없어서 [여, 요, 이, 오, ...] 들로만 소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머릿소리법칙이 법칙으로서의 타당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요? 물론 우리는 서양 들온말에 대해서는 머릿소리바꿈에 따르지 않고도 아무 문제와 어려움 없이 소리를 잘 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머릿소리법칙'을 한글맞춤법에서 빼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쓰말(용어)도 제대로 바꿔줘야 합니다. `머릿소리바꿈(두음화)'으로 말입니다.

 

    `머릿소리법칙'을 한글맞춤법 규정에서 없애야 하는 까닭을 간추려 보겠습니다.

 

1. 이번 `룡천' 적기에서 우리 언론들이 `머릿소리법칙'과 `상대 이름의 존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과 국립-국어연구원·의 답글을 볼 때, 이 법칙으로는 한결(일관)성을 지킬 수 없음을 알 수 있음.

2. 그리하여 `머릿소리법칙'이 버티고 있는 한, 북한·과 오가는 흐름 속에 이러한 문제는 되풀이해서 나타날 것임.

3. `머릿소리바꿈'은 우리 온 겨레에 두루 나타나던 것이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일부 고장에서만 나타나던 현상임.

4. 우리는 어떤 겨레보다도 말글살이에서 다른 나라의 말소리를 가장 가깝게 나톨 수 있고 또 나토고 있으므로 한자소리에만 들이대는 `머릿소리법칙' 따위는 없어도 됨.

5. 윗글의 몇 보기에서 보듯이 `머릿소리법칙'은 서로 다른 소리도 같은 소리로 내고 적게끔하여, 우리말글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말글살이를 어지럽히고 있음.

6. `머릿소리법칙'을 없애 문제의 뿌리를 뽑으면, 잠시 많은 낱말들을 바꿔야 하는 불편이 있을지라도, 우리 말글살이의 한결성을 지킬 수 있고, 시나브로 효율성도 높아지게 될 것임.

 

    지금 바로 `머릿소리법칙'을 없앨 수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임자가 있는 이름은 그 임자가 바라는 대로 부르고 적어야 마땅합니다. 그렇지 않고 엉터리 법의 잣대로 그 홀이름씨(고유명사)를 뒤틀어 버리는 짓은 참으로 못나고 못된 짓입니다. 그것은 우리 성씨들 곧 리·씨, 류·씨 들이나 낱사람 이름의 첫소리가 머릿소리바꿈에 든 경우도 그 이름의 임자가 바라는 대로 해야 합니다. 그것을 억지로 막는 것은 안됩니다. 우리 혀가 짧아서 그 소리들을 못냅니까? 우리가 뭐가 모자라 그런 억지 법을 이름에까지 들이댄단 말입니까? 법 규정이란 없어서는 안될 때 어쩔 수 없이 매기는 것이지 모든 낱스러운 일들에 마구 매기는 것이 아닙니다.

 

    머릿소리바꿈에 든 성씨나 이름을 가지신 이들이여, 이제 떳떳이 `머릿소리바꿈'을 자신의 이름에 들이대는 엉터리 법을 물리치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언론들이여, 엉터리 법에 휘둘리지 말고, 올곧은 길을 가기 바랍니다. 이름은 그 임자가 바라는 대로 불러주는 것이 마땅하고도 마땅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