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김-수업
우리 모임 공동대표

우물

     요즘은 집집마다 부엌까지 수돗물이 들어오고 웬만한 도시 사람들은 모두 공장에서 그릇에 담아 파는 물을 사다가 먹는다. 이래서 '샘'과 '우물'이 삶에서 밀려나 자취를 감추려 한다. 삶의 전통을 지키려면 말의 박물관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국어사전은 '샘'을 “물이 땅에서 솟아 나오는 곳”이라고 풀이하고, '우물'을 “물을 긷기 위하여 땅을 파서 지하수를 괴게 한 곳”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우물'에서 “물을 긷기 위하여” 하면 먹으려고 긷는지 쓰려고 긷는지 알 수가 없다. 먹지는 않고 쓰기만 하려고 땅을 파서 물을 괴게 하는 것은 '우물'이 아니라 '둠벙'이다 국어사전은 '둠벙'을 '웅덩이'의 충청도 사투리라 했지만 '둠벙'은 삼남 지역에 두루 쓰이던 낱말이고 '웅덩이'와는 다른 것이다.

     '샘'은 물이 땅에서 절로 솟아나는 곳이다. 샘물은 본디 허드레로 쓰지 않고 먹기만 한다. '우물'은 사람이 땅을 깊이 파서 샘을 찾아 물을 가두어 놓은 곳이다. 우물물은 본디 먹으려는 것이지만 넉넉하기 때문에 허드레로 쓰기도 한다. '둠벙'은 사람이 땅을 파서 물을 가두어 놓은 곳이지만 굳이 샘을 찾지는 않는다. 둠벙 물은 본디 농사나 허드레에 쓰려는 것이고 먹으려는 것이 아니다. '웅덩이'는 물을 쓰려는 뜻이 있건 없건 움푹 꺼진 땅에 물이 고인 곳이다. 웅덩이 물은 허드레에 쓸 수 있으나 본디 쓰려고 뜻한 것은 아니고, 물론 먹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이처럼 낱말 뜻을 알뜰하게 가려 쓰는 겨레다.


실린데:『우리말 우리얼』제53호(2007.2), 59~60쪽. ※ 글쓴이의 허락을 얻어 옮긴 글임.